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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제 오래 쓰면 '이곳' 기능 떨어져↓…피로감 심하다면 의심
부신은 양쪽 콩팥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기관으로, 마치 모자처럼 콩팥을 덮고 있는 모양을 띠고 있다. 작은 크기에 비해 인체 기능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로 호르몬을 만들어내며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부신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인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르몬 분비 안 되면 인체 항상성 무너져…스테로이드 복용 등이 원인
부신은 크게 겉 부분인 피질과 안쪽의 수질로 구분할 수 있다. 피질에서는 △코르티솔 △알도스테론 △안드로겐 등의 호르몬이 나오고, 수질에서는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와 항상성을 유지하고, 교감신경계에 작용해 인체가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부신이 이러한 호르몬 분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인체의 항상성과 균형도 깨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부신기능저하증'이라고 하는데, 가장 흔한 원인은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제의 정확한 이름은 '부신피질호르몬제'로,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약물이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서민석 교수(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는 "스테로이드제를 통해 외부에서 호르몬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만큼, 부신이 호르몬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어지며 기능이 퇴화되는 것"이라며 "스테로이드제를 몇 번 복용했다고 해서 부신 기능이 무조건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복용할수록 자연스럽게 부신의 기능이 퇴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의 질환이 있다. 부신은 이 두 기관의 명령에 따라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에 종양이 생기거나 손상을 입으면 부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드물게는 부신 자체가 감염이나 질환으로 손상되면서 호르몬 분비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피로감 쉽게 느끼고 혈당·혈압 떨어져…급성으로 나타나면 의식 잃기도
부신기능저하증이 찾아오면 신체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전신 무력감과 피로감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며, △오심 △구토 △식욕부진 등으로 인한 체중 저하가 흔히 관찰된다. 또한 대사능력이 저하되면서 저혈압과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며, 전신에 색소가 과도하게 침착되며 피부가 어둡게 보이기도 한다.
부신 기능이 오래전부터 서서히 떨어진 만성 환자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 초기에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반면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먹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복용을 중단하거나, 부신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에는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갑작스럽게 소화기계 증상과 발열 등이 나타나고, 극심한 탈수 증상과 전해질 이상 등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의식 소실까지도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하며 치료…스트레스 상황 피해야
서민석 교수는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코르티솔 수치를 확인해 보고, 수치가 정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검사를 시행해 진단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부신기능부전증이 부신에서 문제가 된 것인지, 아니면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부신기능저하증으로 진단될 경우,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서 부족한 코르티솔을 외부에서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가 시행된다. 직접 호르몬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만큼, 스테로이드 약물을 통해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다. 치료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인데, 과도하게 많은 용량을 사용하면 자칫 쿠싱증후군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체가 적절히 각성할 수 있도록 하는 코르티솔이 부족한 상태인 만큼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하지 못하고, 저혈당이나 저혈압 등의 위험한 급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의료진과 상의를 거쳐 투여량을 약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도움말 = 서민석 교수(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